임세희 인턴

지난 9월 10일 화요일, 홍대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제2회 시민토론에 참석했다. 토론회의 제목이 ‘역사속에 숨겨진 한민족 역사이야기’였기 때문에 강연자가 역사를 전공하신 분일 거라는 추측과는 달리, 『궁녀 학이』, 『에네껜 아이들』등의 저자 문영숙 작가가 강연을 하셨다. 바로 여기에, 이날 토론회의 특별함이 깃들어있었다.
나는 사실 문영숙 작가를 잘 몰랐는데, 『에네껜 아이들』이라는 작품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작품을 지은 분이시라니 역시,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이 써 오셨던 것이다. 강연 때에는 『검은 바다』, 『에네껜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이 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역사 이야기를 해 주셨다. 『에네껜 아이들』은 일본으로부터 사기 이민을 당해 멕시코로 간 한민족 이야기이고,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이 만든 17만여 명 고려인들의 고난과 역경을 그린 책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검은 바다』의 ‘해저 탄광’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일제시대 때, 젊은 나이에 일본 탄광으로 끌려가 수난 속에서 뼈 빠지게 일하다가 탄광 사고로 동료들을 다 떠나보낸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실제로 1930년대 후반에 강제로 징용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를 당하다가, 광복이 되자 고국으로 돌아오신, 현재 백발의 김경봉 할아버지시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 사람들은 이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사고현장은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문 작가님은 후자에 초점을 맞추어 강연하셨고, 실제로 신문을 보다가 ‘우리 선조들과 일본 해저 탄광’에 대한 기사를 접하시고 충격을 받아 글을 쓰게 되신 것이라고 한다. 이어, 유태인의 역사에는 관심이 많으면서 우리민족의 역사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사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하셨다. 나 또한 말씀을 들으면서 처음 알게 된 ‘해저 탄광’의 존재에 깜짝 놀랐다. 탄광이 바다 속에 있을 수야 있겠지만, 사람이 그 안에 직접 들어가서 일을 했다니 상상만 해도 고단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과 동포, 그리고 일본 지역정부의 노력으로 옛 조세이(長生) 탄광 터에 사고 때 돌아가신 조선인들의 명단이 새겨진 비석을 최근에나마 세웠다고 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세 이야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하나는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우리 민족이 겪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한반도 밖에서 일어났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런 안타깝고도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역사를 재미있는 소설로 재창조 해 주신 문영숙 작가님께 강연 내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작품들이 청소년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부터 그 책들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